어디까지나 실용성의 문제다. 뭐가. 노트북의 선택 말이지.
미국에서도 신기종이 나올 때마다, 중고 처분하고 열심히 새 제품을 사는 유저가 많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런 층을 타겟으로 국한한 아찔한 마케팅을 애플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간 애플의 마케팅 포지션은 일관성이 있었다. 애플의 노트북은 하이엔드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내가 보기엔
"대학생이 살만한 정도"가 애플의 포지션이다. 애플2부터 애플은 대학 마케팅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매킨토시 마케팅에 청신호가 들어온 곳도 대학이고. 스티브 잡스가 넥스트 컴퓨터를 처음 팔아먹으려고 마음 먹었던 것도 대학이다.
노트북이 여전히 사치품의 역할을 할까? 신형 노트북 정도로 거들먹거릴 수 있는 만만한 세상이 아니다. 노트북으로 뭘 하느냐가 중요하지, 신기한 노트북 따윈 이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신기한 노트북(이를테면 초창기 타블렛북)을 지르고 아우 제발 부러워해주세요하는 표정을 짓는 주변 동료를 본 것도 수년은 된 것 같다.
부품 스펙이 노트북 선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가. 난 다르게 생각한다. 스펙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노트북을 고르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지금은 하지 않지만, 하고 싶은 것까지 포함해서)을 노트북에서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면 너무 커지고 비싸진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
내 생활 싸이클과 노트북의 쓰임새와의 교집합을 보며 하나, 하나 빼기를 한다. 이런게 과연 필요있겠어하고 말이지.
맥북에어를 살 만한지 나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겠다.
DVD로 영화보기난 절대 하지 않는다. 노트북 말고도 DVD 플레이어는 넘친다. ps2, xbox360. 이것들은 pdp에 연결되어 있어 제대로 영화를 볼 수 있다. 노트북의 작은 화면으로 왜 DVD를 봐야 하지? 직장에서? 출퇴근 막간에? 정말 출퇴근 시간에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을까.
더군다나, 이제 새로 DVD를 사지도 않을 것이다. 아직 만만한 가격대가 아니지만, 블루레이 디스크와 HD-DVD 같은 차세대 매체가 기웃거리거든. HD급의 리소스가 인터넷에 흘러 넘친다. 720x480은 이제 돈주고 사기엔 너무 작은 해상도라고. DVD가 많은 DVD콜렉터라면 집에 DVD 홈시어터가 있지 않을까 한다. 200만원 예산이면 꽤 그럴 듯 하게 갖출 수 있다고.
DVD로 영화를 본다는 것. 이제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이 점에서는 잡스의 판단에 공감한다.
유선 랜포트나는 완전한 와이어리스 환경에서 일하고 논다. PSP, NDS도 무선공유기로 돌아가는 판국이다. 회사에도 무선공유기가, 집에도 무선 공유기가 돌아간다. 노트북만 켜면 무선 AP가 열댓개 잡힌다. 유선 랜포트가 없다는 것에 아쉬워한 적이 없다.
더군다나, 애플은 성공적으로 포트를 하나씩 없애온 업체다. 아실분은 아시겠지만, 애플은 무선 인터넷을 발빠르게 이끌어 왔다.
2004년 미국 10대 히트 가전에, 애플의 상품이 두개나 꼽혔다. 아이팟과 Airport express. 가벼운 가정용 무선AP로 휴대도 설정도 간편하다. 맥북보다는 훨씬 많이 팔렸을 걸, 아마? 무선쪽으로 남다른 선견지명과 영향력이 있는 거지.
어떤 선견지명이냐. 조만간 유선랜포트가 삭제된 노트북이 하나씩 나올 거라는 거다.
이 점에서도 잡스의 판단에 설득력이 있다.
배터리배터리는 사실 용량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하지만, 아이팟과 같은 수준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낭비지. 배터리 무게를 줄여 노트북을 가볍게 만드는 쪽이 낫다. 지난 수 년간 내 파워북이 무전원 상태로 있는 시간은 하루에 한시간 가량이다. 물론 특별한 날도 있다. 여행지에 들고 나가, 하루종일 필요할 때. 혹은, 회의가 길어져 하루종일 강행할 때. 이런 경우도 일년에 두세번 정도? 일년에 두세 번정도는 아답터를 들고 다녀도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출근할 때 지하철부터, 하루 왠종일 책상에서, 저녁에 까페에서 배터리로만 버티는 분 있으신지. 그런 분은 그런 용도에 맞는 노트북을 사시라. 참고로 나는 추가 배터리를 8만원 가량에 샀다. 아직 두개를 모두 연결해서 써본 적은 없다.그렇게 되더라고.
역시 잡스에게 한표.
USB하나뿐인 USB. USB가 하나 뿐인 건 알겠는데, 파이어와이어는 어디로 보냈지! 이제 내 파이어와이어 외장하드는 연결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내 DV 캠코더는 못쓰는 건가? 불과 6년전 키노트에서 스티브잡스는 디지탈 허브 운운하지 않았냔 말이지. 뭐, 말바꾸는 것 하루이틀이래야지.
아마도 써드파티에서 비싼 값에 맥북과 룩앤필이 비슷한 USB 허브를 팔아먹겠지. 항상 그랬어. 내 파워북에 미니 d-sub단자를 일반 d-sub로 변환하는 조그마한 아답타가 근 2만원 돈이었다. 이쪽에는 이제 얼굴이 두꺼워 진게야.
어찌되었든...
애플이 황당하기까지한 하드웨어를 만들어 온 건 하루이틀이 아니다.
회색, 검은색 밖에 없던 시장에 캔디 칼라로 노트북을 만들어서는 사랜다. 당시만 하더라도 노트북이 사치품이었기에 탠저린 칼라 조개북은 충격적이었다.
큐브 모양의 사각 맥을 만들어서는 사랜다. 넥스트 시절부터 잡스는 큐브 모양으로 뭔가를 만들고 싶어했다. 이건 애플 주가를 많이 깍아 먹었다. 맥미니에 와서 큐브는 좀 납작해졌지만, 지가 옳다고 뗑깡쓰는 오기는 알아줘야 겠다.
호빵모양의 맥을 만들어서는 사랜다. 타임지에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와 함께 얼굴까지 실렸다만, 후속버전에서 호빵은 한판 뛰고는 사라져 버렸다.
내 눈엔 맥북에어는 뭐 획기적인 것도 아니고, 수수하다. 뭐, 두께 얇은 것 빼곤 없잖냐. 그리고 내가 보기에 맥북에어가 가진 단점중 구매에 영향을 미칠만한 큰 단점은 없다. 참고로, 나는 오랫동안 인텔맥도 아닌, 까마득한 옛날 기종인 파워북 12인치를 쓰고 있다.
iMovie를 이용해서 영상물을 꽤 만들어 왔다. iPhoto로 정리한 사진도 2만장이 넘을 듯 싶다. 요즘은 아래한글 워드도 잘 돌아가주고. 무엇보다, 이 녀석에 moniwiki를 깔아 한 3년간 써온 듯 하다. 내 지식의 원전이지.
어떤 노트북과 바꾸고 싶냐고? 맥북프로? 아니다. 파워북 12인치의 타자 느낌과 비교한다면, 다운그레이드다.
맥북에어는 어떻냐고?
Firewire가 없기 때문에 내 디지탈라이프의 허브가 못된다. 요놈은.
거기다가, 새 기종의 첫 버전? 틀림없이 반년내에 파이어와이어가 장착된 신버전이 나와야지 아무렴.
지금 버전의 맥북에어는 맥이 아니에요. 잡스형.
아이팟(파이어와이어를 쓰는 구세대)을 달 수 없는 맥이라니.
요즘 너무 말을 많이 바꾸시는거 아니우?